도시농업은 교육, 치유, 문화, 예술, 공동체 복원, 일자리 창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먹거리 등의 가치를 가지고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그 범위와 의미가 점점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학교텃밭은 2007년 여성환경연대가 학교텃밭을 시작한 이래 해마다 양적인 증가를 해 유의미한 교육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학교텃밭의 운영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텃밭 교육에 대한 당사자들의 이해와 비전이 서로 달라 구체적인 발전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예산이 없어지면 프로그램도 사라질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학교텃밭의 이해 당사자인 학교, 교육청, 도시농업단체, 지자체가 서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학교텃밭의 안정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학교텃밭 조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금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서 '2021 학교텃밭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11월 26일(금) "서울시 학교텃밭 활성화 지원조례 제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금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서 열린 토론회는, 조은하 금천도시농업지원센터 센터장의 진행으로 김선정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가 발제를 맡았고, 이경란 서울시도시농업위원회 위원, 강수미 금나래초등학교 교사, 최경희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 손형기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시민교육팀장,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선정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학교텃밭의 중요성과 지금의 한계 및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김선정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는 먼저 학교텃밭의 개념과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김선정 공동대표에 따르면, '학교텃밭'은 법적으로는 '학교교육형 도시농업'이라 정의되어 있고, 일반적으로는 학교농장, 학교정원, 교육농장, 스쿨가든, 스쿨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학교텃밭은 도시농업이 발전함에 따라 기능이 발견된 것이 때문에 아직까지 교육적 개념이 확립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대략적으로는 오충현, 장진 박사에 의해 정의된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학교텃밭은 교내 또는 학교 인근에 상자용기나 노지를 활용한 텃밭을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먹을거리와 자연 순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신체, 정신 건강과 함께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되살려 나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공간이다." - 오충현, 장진. 2012년
학교텃밭은 생태학습의 공간, 먹거리 시민의 육성, 흙과 작물을 통해 경험하는 창의예술, 진로의 탐색, 치유적 효과, 마을과 학교가 소통하는 유기적 공간으로 가치를 가진다고 말한 김선정 공동대표는 "학교텃밭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먹거리를 직접 기르면서 노동을 한다는 자각을 갖게 되고, 일정한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가며 주체성을 가지게 된다. 흙과 자연을 접하면서 과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고, 특히 학교텃밭이 초창기 교육복지의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있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치유의 효과가 중시되고 있다. 교사나 학교는 마을과 분리되어 있기 쉬운데, 주민들이 직접 텃밭에 참여하는 마을학교, 마을교사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을과 학교가 결합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의 학교텃밭 현황도 발표되었다. 김선정 공동대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시에서 조성된 초등학교 학교텃밭은 312곳으로 전체 초등학교의 51.4%의 비율이다. 중・고등학교는 동아리 위주로 진행되어 텃밭 조성 비율이 초등학교의 절반 이하이며, 현재 교육 프로그램도 대부분 초등학교에 집중되어 있다. 학교텃밭이 조성된 초등학교 312곳 중 절반 정도에서 학교텃밭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교텃밭이 조성된 각 학교당 약 800만 원의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서울시 차원에서 강사를 파견하는 학교텃밭 교육 프로그램은 도시농업과가 편성한 예산을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받아 도시농업 시민단체에 강사 인원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110개 학교를 대상으로 각 학교마다 12차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는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도시농업포럼, 서울시도시농업전문가회 3개 단체가 파견하고 있다.
자치구 별로는 강동구가 도시농업과 차원에서 학교텃밭을 운영하고 있고, 금천구, 양천구, 서대문구가 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사업으로 학교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더불어교실' 사업에서도 학교텃밭 운영을 지원하고 있고, 지역별로 추진하는 공모사업이나 학교 자체의 예산으로도 학교텃밭이 운영되고 있다.
학교텃밭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에 대해 김선정 공동대표는 먼저
안정적인 텃밭 활용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선정 공동대표는 "플라스틱, 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상자텃밭이 아닌 땅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인 텃밭 공간이 필요하다"며 "퇴비장이나 빗물저장고 같은 자원순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설과 그늘막, 평상 같은 휴식 공간 등 편의시설도 함께 조성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텃밭 조성의 기본요소가 매뉴얼화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농사의 한해 살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정규 교과를 통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고, 일상적인 관리가 필요한 텃밭의 특성상
지속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고,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폐기의 과정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 급식과 연계하는 식생활 교육이 필요하며, 농촌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농민, 농촌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밝힌 김선정 공동대표는 특히 기술적인 면을 부각한 현재의 학교텃밭 교육프로그램이 놓치고 있는 지역성과 전문성을 확충하기 위해
교육 과정에 맞춘 강사역량강화가 필요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은 이미 민간단체에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마을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온 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경란 서울도시농업위원회 위원, 강수미 금나래초등학교 교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토론 발표에서 이경란 서울도시농업위원회 위원은 학교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을 전하며 텃밭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지속 가능한 텃밭 교육을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는 학교텃밭 활성화 조례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강수미 금나래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고 있는 텃밭 교육의 효용성을 전했다. 강수미 교사는 최근 학교 건물의 증축으로 인해 없어질 뻔했던 학교텃밭을 전체 교직원들의 논의를 통해 지켜낸 사례를 전하며 "교사들이 텃밭을 가꾸면서 아이들이 변화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텃밭이 지켜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금나래초등학교의 학교텃밭 프로그램은 5학년을 위주로 진행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교사들이 다른 학년을 맡고도 텃밭을 요청해 모든 학년에 상자텃밭을 보급해 가꾸고 있다고 말한 강수미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올 때마다 늘 작물을 보고 흙을 만지면서 생명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밝히며 "그것이 가정으로까지 전달되면서 교과서를 통한 교육 이상의 것을 얻는 효과를 경험한 교사들은 텃밭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게 된다"라고 전했다. 강수미 교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텃밭 교육을 통해 절기에 따른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되며,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순환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된다. 작물의 성장을 보며 자신을 깨닫게 되는 내적 성장을 이루게 되고, 친구나 낯선 어른들과 말을 섞고 질문을 하며 사람들과 만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햇볕 아래에서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공동체성을 키우고 강한 성취감을 가지게 된다. 강수미 교사는 "특히 텃밭을 가꾼다는 것은 결정의 연속"이라며 "무엇을 심을까부터 수확물은 어떻게 분배할까까지 모두가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고, 결정된 사항에는 모두가 따른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합의하는 과정을 배우고 성장하는 민주시민 교육이 이루어진다"라고 전했다.
최경희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 손형기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시민교육팀장,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최경희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는 교육청이 가지고 있는 향후 학교텃밭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최경희 장학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해 교육청이 마련한 '생태전환교육'의 개념을 설명했다. 최경희 장학사에 따르면, '생태전환교육'은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및 시스템까지 총제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기존의 기후 교육, 환경 교육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신설된 교육청 생태전환팀을 소개한 최경희 장학사는 앞으로 학교텃밭도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인성을 함양하고, 먹거리 안전까지 이루어내는 기존의 학교텃밭 교육에 더해 생물다양성 교육,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능을 알리는 교육, 먹거리 생태전환에 대한 교육 등을 포함하는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더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학교텃밭이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생태교육에 있어 가장 활성화된 분야이고 학교텃밭 운영이 곧 생태교육이라는 인식 또한 널리 퍼져있지만, 사회 일반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학교텃밭이 텃밭의 하나라는 관점을 넘어 생태전환 전체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최경희 장학사는 "그런 관점에서 조례를 제정해야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고, 사람이 달라지고 예산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형기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시민교육팀장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텃밭 원예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다. 손형기 팀장에 따르면,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2012년부터 서울시의 학교텃밭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5억 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되어 50개 정도의 학교텃밭을 조성하고 있다. 조성되는 텃밭의 면적은 평균적으로 40㎡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한 번에 수업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초・중・고・특수학교를 포함해 현재 466개 학교에 텃밭이 조성되었지만, 수업 과정과의 합치 등으로 인해 교육은 주로 초등학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텃밭 사업에 선정된 학교에는 5년간 지원이 이루어진다. 매뉴얼을 제공하고 시기에 따라 농자재를 지원하는데 연차에 따라 지원은 달라진다. 2년 차까지는 강사를 파견해 교육 지원을 하고 3년 차부터는 학교 교사들의 주도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어 신청을 하는 곳에만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11월 현재 110개교에 강사를 파견해 5640명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는 매년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교육의 수료생들 중 평가를 통해 선발된 인원과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도시농업포럼 등 도시농업 단체에서 추천하는 인원들로 구성하고 있다. 학교텃밭은 민간단체에서 더 잘할 여지가 많다고 밝힌 손형기 팀장은 "하지만 자치구 별로 도시농업 민간단체가 활성화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학교 역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관 차원에서 접근하기가 더 쉽다. 민간단체와 농업기술센터가 힘을 합쳐야 학교텃밭도 더 넓어지고 일자리도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이미 학교텃밭 조례가 제정된 인천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충기 대표는 "인천시에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그에 따른 활성화가 기대만큼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학교텃밭 교육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공감대가 쌓여야 하는 것이지 조례만 만들어진다고 학교텃밭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충기 대표에 따르면, 인천시에서는 학교나 교육청이 주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텃밭 조례가 만들어졌고, 조례에 따라 편성된 예산은 학교에 텃밭을 설치해주는 용도 정도로만 인식되어 텃밭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교직원이 학교 내에 있지 않는 한 일회성 사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학교텃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나 사례들은 많지만 그 고민들은 대부분 학교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학교 내의 구성원들이 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밝힌 김충기 대표는 "학교텃밭 조례는 교육청, 학교가 주체가 되어 학교텃밭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고, 농업기술센터나 민간단체와 결합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체계를 만들어 가는 근거가 되어야 한다"라며 "조례 제정에 앞서 다양한 관계 속에 놓인 학교텃밭 교육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최기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했다. 최기찬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아주 좋다"라며 "학교텃밭 조례를 강하게 추진해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힘닿는 데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농부포털종합토론에서는 학교텃밭 조례 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생태전환'을 추구하는 교육청의 학교텃밭 조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최경희 장학사는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이 왜 학교텃밭인가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조례가 학교 밖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추구되어온 학교텃밭의 가치와 역할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더해 생태전환의 키워드가 담기면 좀 더 사회적으로 보편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충기 대표는 "학교텃밭이 많은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수혜자인 아이들이나 교사, 텃밭 강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정되지만, 문제는 수혜자의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학교텃밭의 효과를 인지하는 범위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교육청의 입장은 생태전환의 측면을 포함시키면 학교텃밭도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학교텃밭 조례가 사회적으로 좀 더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라고 밝혔다.
종합토론을 통해 참가자들이 학교텃밭 조례 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서울농부포털토론회의 참가자들은 학교텃밭에 대해 각자의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조은하 센터장은 "서로 귀를 열 수 있는 이런 토론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겠다"라며 "학교텃밭 조례에 제정에 앞서 더 많은 소통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학교텃밭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지속적인 대화의 자리를 약속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