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도시농업공원 내 퍼머컬처 텃밭 ©서울농부포털최근 인기몰이를 하며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놀이를 통한 신선하고 파격적인 설정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나 쌍문동 성기훈이야!"
서울 도봉구의 쌍문동은 서울 도심으로의 왕래가 편리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았던 대표적인 주거단지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지역입니다. 대한민국 성장기 시민들의 서울 살림이 고스란히 박혀 있어 최근 각종 문화 콘텐츠에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쌍문동 지역의 도시농업도 북한산과 도봉산을 배경으로 하는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함께 시민들의 삶이 어우러져 나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쌍문동은 도시농업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도봉구 도시농업공원 내에 위치한 퍼머컬처 텃밭입니다. 도봉구는 쌍문동이 구내 다른 지역에 비해 생활권 공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당초 텃밭으로 조성하려 했던 부지를 텃밭정원 형태로 변경하면서 도시농업공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퍼머컬처 텃밭을 조성했습니다. 그 퍼머컬처 텃밭에서 진행되고 있는 퍼머컬처 학교의 수강생들이 그동안 길러온 작물들로 나눔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작물을 수확하기에 앞서 퍼머컬처 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퍼머컬처(Permaculture)는 농업에 있어서 영구적(permanent) 농업(agriculture)이라는 의미로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땅을 갈지 않으며, 다년생 작물을 위주로 재배하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법을 말합니다. 최근 기후위기 상황을 눈앞에 맞닥뜨리면서 대기 중의 탄소를 줄이는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땅이 가진 탄소저장능력이 재조명되면서 퍼머컬처 농법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도봉구에서는 위기 시대를 극복해 나갈 기후농부를 길러내기 위해 올해 4월, 1년 과정의 퍼머컬처 학교를 열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퍼머컬처의 원리부터 흙살리기, 다기능 텃밭・숲밭 디자인, 다년생 작물 재배・가공, 퍼머컬처를 확장시키는 마을 디자인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봉구 도시농업공원 내 퍼머컬처 텃밭은 일반적인 네모 반듯한 형태의 텃밭이 아닌 자유로운 모양의 숲밭을 지향하고 있다. 다년생 작물 사이사이 꽃을 심어 텃밭이라기보다는 정원의 느낌을 준다. ©서울농부포털나눔을 위해 퍼머컬처 학교 수강생들이 직접 재배한 작물들을 수확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수확한 작물들은 꽃으로 장식한 예쁜 꾸러미 상자로 만들어져 나눔 하게 된다. ©서울농부포털이 날 퍼머컬처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들은 도시농업공원과 도봉구청에 설치된 스마트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들과 합쳐져 도봉구 관내 취약계층 20가구에 전달됩니다. 지난 8월 시작한 나눔은 앞으로 매달 1차례 진행될 예정입니다. 행사를 진행한 도봉구청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의 박주희 주무관은 "이런 나눔을 통해서 퍼머컬처의 정신과 효용이 널리 퍼져 지역 주민 공동체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며 "퍼머컬처를 시작으로 마을의 생명력을 복원하고 자립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마을을 지향하는 전환마을의 아이디어도 널리 확산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퍼머컬처 학교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환마을은평의 소란 대표는 "도시텃밭에 경운을 하지 않고 다년생 작물을 심는 퍼머컬처 농법을 도입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도봉구에서 먼저 나서서 결정해 올해 시범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작물 나눔뿐만 아니라 직접 재배한 허브 등을 가공해 연고 등의 생활용품을 만들고 나누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고, 내년에도 학교 운영을 계획 중이니 기후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인 퍼머컬처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만들어진 퍼머컬처 텃밭은 다년생 작물들이 심어져 있어 내년에는 다시 손댈 필요가 없어집니다. 내년에도 퍼머컬처 학교가 진행된다면 현재의 텃밭은 그대로 보존하고, 옆에 새로운 텃밭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도시 속 퍼머컬처 텃밭의 영역이 넓어지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퍼머컬처가 시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봅니다. 닥쳐온 위기가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