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4일, 오전 10시, 한살림연합논살림·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주관, 한살림연합·한살림생산자연합회 주최로 '2020년 제2회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논농업 교류회'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논농업 교류회는 <기후위기에서 논습지가 갖고 있는 환경, 생태, 먹을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란 주제로 진행됐다. 환경 관련해서는 오충헌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가, 생태 관련해서는 이현란 한살림연합논살림·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활동가가, 먹을거리 관련해서는 정선섭 한살림 생산자가 발제를 진행했고, 임종래 한살림연합논살림 대표 사회로 종합토론이 펼쳐졌다.
오충헌, 다랑이논의 생물다양성
기후위기에서 논습지가 갖고 있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충헌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가 <다랑이논의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오충헌 교수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대해 언급한 뒤, 다랑이논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말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다랑이논은 지리산권에 있다. 함양 마천면에 있는 도마마을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지금 현재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은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있는 청산도 다락논이다.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된 것에 이어 2014년 4월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다랑이논을 소개했다.
오 교수는 "이곳은 도랑으로 흘러가는 공간까지도 아끼려고 땅속으로 물이 흘러들어가게 하는 구들장 형태의 관개수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현재 우리는 매우 독창적이구나 생각하지만 이런 내용은 토지를 한 평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개발되었던 우리 조상들의 지식체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여기는 긴꼬리투구새우, 말똥가리, 조롱이 같은 멸종 위기종들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의 운남성 위안양현에 있는 하니족 다락논을 소개했다.
오 교수는 "하니족 다락논은 우리나라 다락논에 비하면 그 규모가 거의 몇 백배 크다고 보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다락논 지역"이라며 "이 지역을 2014년과 2015년에 우리나라 다락논과 중국 다락논을 직접 방문하면서 수원, 마을입지, 물도랑, 저수지, 물관리, 물 관련 생물다양성에 대해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지역 모두 빗물과 상부에 위치한 산림에 저장된 지하수를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며 "다만 한국은 낮은 산지에 위치해 구름이나 안개에 의해 형성된 수자원이 거의 없지만, 고지대에 위치한 하니 다락논은 운무에 의한 수자원 함양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규모가 작은 청산도의 경우 저수지 등을 마련하는 경우가 없지만 하니 다락논의 경우 다양한 저수지 공간을 마련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산도의 경우 마을이 다락논의 하부에 위치해 마을에서 사용한 생활용수가 다시 다락논으로 들어가기 곤란한 구조지만, 하니 다락논의 경우는 마을이 다락논의 상부에 입지해 사용된 생활용수 및 분뇨, 가축 배설물 등이 물도량을 통해 하부 다락논으로 이동해 비배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리산권에 있는 다락논의 하니 다락논과 똑같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의 일부가 하니 마을에 들어가서 주민들이 생활용수, 물방아, 가축사육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쓴 후에 나온 오수가 물도랑으로 다락논에 들어가서 유기물 비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물도랑, 수온관리, 용수관리, 물 관련 생물다양성을 비교·설명했다. 특히 물 관련 생물다양성과 관련해 오 교수는 "청산도의 경우 긴꼬리투구새우, 개구리 등의 양서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해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바가 큰 반면, 이를 활용한 경제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규모가 큰 하니 다락논의 경우는 수서 곤충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 양식과 오리 양식이 병행되어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란, 아산지역 논살림 벼 생육조사와 생물다양성 조사
정선섭, 먹을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현란 한살림연합논살림·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활동가는 <아산지역 논살림 벼 생육조사와 생물다양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현란 활동가는 "한살림아산생산자연합에서는 한살림에 쌀을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는 지역으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농업을 지향해 왔다고 보이는데, 이제는 정확한 조사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들의 수치화된 자료를 통해 서로의 믿음을 굳건히 갖고자 조사를 진행했다"고 조사 배경 및 목적을 밝혔다. 더불어 "경축농업의 효과가 논토양의 유기물 함량과 생물다양성 증진에 효과가 있는지도 입증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방법 및 내용, 논생태 조사 보고회 내용 등을 발표한 후, "아산지역은 경축순환농업의 탈탄소 생태농업으로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이 가치를 알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생물다양성 쌀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축순환, 동물복지형 축산 전환을 유도하고, 생태와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 농업이 생태계를 살리는 생명살림이며, 우리 주식인 밥의 안전성을 증명해 소비자도 친환경쌀을 소비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생산지 공동체 내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적었지만 조사를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 전환 농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보이며 발제를 마쳤다.
이어서 진행된 발제는 이전에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는 생태환경을 살리는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발제는 정선섭 한살림 생산자가 맡았다.
<기후위기에서 논습지가 갖고 있는 환경, 생태, 먹을거리> 발제가 끝난 후, 임종래 한살림연합논살림 대표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진행된 논농업 교류회는 유튜브 <미디어Z>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박미경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