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의 대표적인 마을장터인 '은평 꽃피는 장날'이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을 추구하는 특성상 마을장터들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대부분의 장터들은 올해의 사업을 멈추거나 최소한의 규모로만 진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은평 롯데몰 광장에서 대규모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왔던 '은평 꽃피는 장날' 역시, 올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장소를 분할해 가며 장터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결국 잠정 중단 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새로운 형식으로 장터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름하여 '반짝 꾸러미 꽃장'.
'반짝 꾸러미 꽃장'은 미리 준비된 꾸러미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후, 지정된 날짜와 장소에서 구매자가 직접 수령해 가는 픽업(pick-up)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장터에서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톡에서 '은평꽃피는장날'을 검색하면 나오는 채널을 친구로 추가한 후, 채팅창에 주문을 하고 금액을 계좌이체하면 예약이 되는 방식이다. 예약한 꾸러미는 11월 15일 '은평두레생협 녹번점' 앞 주차장에서 찾아갈 수 있다.
총 12개의 출점자들이 마련한 22가지의 꾸러미가 준비된 이번 장터에는 농작물부터 직접 만든 된장, 참기름, 바비큐, 마스크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선보여졌다.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장터의 모습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어 아쉽지만,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소농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해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이번 '반짝 꾸러미 꽃장'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다른 장터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편, 이번 '반짝 꾸러미 꽃장'을 기획한 '은평 꽃피는 장날'의 문명희 실무팀장은 이번 행사 이외에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장터의 지속적인 운영 방식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3년 차인 '은평 꽃피는 장날'이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직거래장터를 열지 못하면서 소농을 포함한 출점자들이 판로를 찾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면을 최소화하는 꾸러미 예약 방식의 판매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상황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 많은 소비자가 몰리는 방식을 지양하고, 생활권 내 여러 작은 규모의 거점들을 상시적인 판매 장소로 구축해서 함께 상생하는 운영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