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Permaculture)'. 도시농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들에게는 꽤나 오래전부터 들려오고 있는 말이어서 익숙한 듯 낯선 단어일 것입니다. '지속적, 영구적'이라는 뜻을 가진 '퍼머넌트(permanent)'와 '농업'이라는 뜻을 가진 '어그리컬처(agriculture)'가 합쳐진 말로 일반적으로 농업에 있어 '지속 가능한 농법'이라고 통용됩니다. 더 넓은 의미로는 '컬처(culture)'를 '문화'로 해석해 '지속 가능한 삶의 형태'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농업에만 국한시켜 보면 땅을 갈지 않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다년생 작물을 위주로 재배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법을 말합니다. 특히 기후위기 상황을 맞아 농사를 지을 때 땅을 갈면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 발생량이 크다는 보고들이 나오는 가운데, 퍼머컬처가 친환경 농법을 통해 오히려 탄소를 땅에 가둔다는 것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퍼머컬처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내용인지 낯설기는 합니다. 서울에서 퍼머컬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쌍문동 도시농업공원.
쌍문동 도시농업공원에 조성된 퍼머컬처 텃밭에서 교육 참가자들이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도봉구 쌍문동 481-1에 위치한 쌍문동 도시농업공원에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조성된 퍼머컬처 텃밭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난해에 이어 구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퍼머컬처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나눔을 통한 퍼머컬처의 확산 - 도봉구 퍼머컬처 텃밭]) 퍼머컬처의 개념과 농사 방법을 이론과 실습의 총 30회 차 수업을 통해 일 년에 걸쳐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에는 현재 총 27명의 참가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쌍문동 나눔텃밭(도봉구 쌍문동 442-1) 내 교육장에서 퍼머컬처 이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현장을 찾은 4월 29일(금)에는 도봉구 쌍문동 442-1에 위치한 쌍문동 나눔텃밭 내 교육장에서 이론 수업을 진행한 후 작물 식재 실습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날 이론 수업에서는 '상생농법'에 대해 소개되었습니다. '상생농법'은 다양한 작물들을 함께 심어 서로를 돕게 하는 농법으로, 마늘과 고추를 함께 심으면 마늘의 향이 고추의 진딧물을 막아 주고, 콩과 당근을 함께 심으면 당근의 향 때문에 콩의 해충인 노린재가 접근하지 못하는 등의 방제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상추와 토마토를 함께 심으면 토마토의 높은 줄기와 잎이 그늘을 만들어 상추의 생장 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쌍문동 나눔텃밭(도봉구 쌍문동 442-1) 내 교육장에서 전환마을은평의 소란 대표가 이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론 수업 후에는 쌍문동 도시농업공원으로 이동해 작물 식재 실습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작물을 심는 방법과 생육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배정받은 각자의 텃밭에 생강, 강황 등의 구근류와 곤드레나물, 한련화, 고추, 옥수수, 토마토, 가지, 오이, 둥굴레, 참나물, 곰취, 파드득나물 등을 심었습니다.
교육 참가자들이 각자의 텃밭에 작물을 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
현재 퍼머컬처 수업은 텃밭 전체 면적의 절반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지난해 교육 과정 중에 이미 다년생 작물들로 채워져 더 이상 손을 댈 필요가 없는 퍼머컬처 텃밭이 되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전환마을은평의 소란 대표는 "지난해 만든 텃밭은 올해 손도 대지 않았는데도 이미 작물이 꽉 찼다"며 "올해 수업하고 있는 텃밭도 내년에는 무언가 많이 심지 않아도 그냥 먹거리, 볼거리가 생겨날 것이고 우리는 누리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란 대표는 "지난해 많은 인원이 아니었음에도 교육이 잘 이루어졌고, 참가자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절반이 멋진 퍼머컬처 텃밭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했습니다.
퍼머컬처의 핵심은 '다년생 작물'이다. 지난해 수업을 진행한 텃밭에서는 다년생 작물들이 별다른 관리 없이도 자연적으로 자라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지난해 녹비작물로 심은 밀과 보리는 새로운 텃밭의 멀칭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작물 식재 실습이 끝난 후에는 지난해 만든 텃밭에서 돋아난 다년생 작물들을 수확하는 '채집 투어' 시간을 가졌습니다. 퍼머컬처 텃밭에는 지난해 심었던 펜넬, 타임, 스피아민트, 레몬밤, 톱풀, 취나물, 차이브, 세인트존스워트, 돌나물, 익모초, 개망초, 방아, 고수 등 샐러드나 쌈 채소로 먹거나 약재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작물들이 자연적으로 자라났습니다.
참가자들이 퍼머컬처 텃밭에서 지난해 심은 다년생 작물들을 채집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도봉구청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의 김지원 주무관은 "지난해 교육에는 코로나 19로 10명 내외의 적은 인원만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다 받지 못할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다"며 "퍼머컬처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그 내용과 의미가 알려지기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하고, 퍼머컬처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도시농부들에게 퍼머컬처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방법이라는 의미와 함께, 가꾸어 놓으면 더 많은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먹거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한 번 접근해 볼만한 농법입니다. 관심 있으신 도시농부님들 계시다면 쌍문동 도시농업공원을 방문해서 둘러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나의 텃밭에 새로운 영감이 불어넣어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