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살림연합논살림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논농업 교류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유튜브 한살림TV 갈무리논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과 한살림연합논살림이 주관하고, 한살림연합, 한살림생산자연합회가 주최한 '제3회 한살림연합논살림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논농업 교류회'가 지난 12월 15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2019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는 논농업 교류회(
[기후위기에서 논습지가 갖고 있는 환경, 생태, 먹을거리…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논농업 교류회 개최])는 올해 3회 차를 맞아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 토종이 답이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김향식 활동가의 '여는 이야기'와 현장에서 토종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을 초대한 '대화마당'으로 만남의 시간을 꾸렸다.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김향식 활동가가 '여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한살림TV 갈무리'여는 이야기'를 맡아 발표를 진행한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김향식 활동가는 현시점에서 농사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전했다.
"우리는 지구에서 먹고살아야 한다"라고 운을 뗀 김향식 활동가는 "하지만 현대의 농업은 사람이 먹기 위한 생산보다 활용하기 위한 생산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향식 활동가에 따르면, 현재 일 년 동안 생산되는 옥수수의 양은 약 10억 톤으로 그중 약 70%는 동물의 사료로 사용되며, 그 외에도 각종 공산품이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 등으로 상당수가 사용되고 있다. 그 밖의 곡물들도 밀이 일 년 동안 약 7억 톤, 쌀이 일 년 동안 약 4억 톤, 콩이 일 년 동안 약 3억 톤이 생산되지만, 과도한 생산에도 불구하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기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향식 활동가는 논과 기후위기의 관계를 말하며 "논은 늘 물을 품고 있어 습지와 같다"라고 전했다. 김향식 활동가에 따르면, 습지는 퇴적 지형이기 때문에 영양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많은 생물들이 습지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것처럼 습지는 지구의 콩팥으로 불리고 있다. 콩팥이 사라지면 지구의 정화 기능은 함께 사라지게 된다. 논은 사람이 만든 인공습지로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지하수를 조절하고, 땅꺼짐을 방지한다. 흙의 유실을 막으며, 공기를 깨끗하게 하고, 증산 작용으로 지구 온도를 낮춘다. 논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이루는 공간이 되어준다.
하지만 현재 논 습지는 1988년 135만 8천 ha에서 2007년 107만 ha로 줄어들었고, 2013년 100만 ha 미만이 되었다. 2021년 현재는 82만 ha까지 줄어들었다. 쌀 자급률은 2020년 약 92%로 떨어졌고, 밀과 다른 곡류 소비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사료 등 모든 먹거리를 합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이고, 곡물자급률은 21%이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14%이고,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5%이다. 이에 대해 김향식 활동가는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장 우리 세대에게도 문제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세대로 가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향식 활동가는 땅 자체의 양분이 고갈되어 우리가 먹는 식품 속의 양분도 적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19050년대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얻을 수 있었던 영양분을 2000년대에는 26개를 먹어야 얻을 수 있다고 전한 김향식 활동가는 "우리는 농업이 발전하면서 비료를 넣고 농약을 치면 예쁘고 좋은 작물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작물의 영양분이 사라져 버렸다"라고 말하며 "겉보기에만 괜찮으면 좋다는 사고방식으로 길러지는 작물을 먹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향식 활동가는 "1914년 재배되었던 벼의 종류가 1451종이었던데 비해, 2021년 정부에서 공식 인증한 벼 보급종은 29종"이었다며 "기계화에 최적화된 벼 품종만 남은 것으로, 우리는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밝히며 토종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현재 한살림에서 취급하고 있는 토종씨앗의 종류는 35종, 우리씨앗농장에서 보존하고 있는 토종씨앗은 200종, 우리나라의 씨앗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토종벼는 324종, 토종콩은 407종, 토종옥수수는 1,117종, 씨드림에서 보관하고 있는 토종씨앗은 7,831종이라고 전한 김향식 활동가는 "우리나라 씨앗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모든 토종씨앗은 240,423종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토종이 보급되지 않는 것은 시장의 문제와 교육, 홍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향식 활동가는 "먹거리가 있고 그 중심에 곡물이 있다. 우리나라는 벼를 키워 주식으로 삼고 있고 벼의 원천인 논이 있다. 논 습지를 훌륭하게 살린다면 자연 습지를 살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이 '대화마당'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한살림TV 갈무리이어진 '대화마당'은 신선교 괴산 솔뫼농장 논살림팀 생산자가 사회를 맡고, 초대손님으로 김영대 한새봉두레 농부, 박영재 씨앗도서관 관장, 이영동 남도토종종자연구회 농부, 임종례 한살림연합논살림 대표가 참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토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 토종 농사를 지으며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과 보람, 토종 농사에 대한 농촌 현장의 반응 등 각자의 경험을 전하고, 토종벼의 확산 방안, 농사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과 그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나누었다.
특히 기후변화와 토종 농사의 관계에 대해 박영재 관장은 "기후변화는 지구가 생성된 이래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일이고, 토종은 그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은 것들"이라며,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의 변화에 적응한 토종에 기댈 수밖에 없고, 토종을 지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농업에 탄소 배출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영재 관장은 "산업화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전환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되는 것이 맞는 상황에서 농업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한 책임 씌우기"라고 말했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점점 쌀 소비가 줄어들어 그 기반이 되는 농촌도, 농업도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쌀을 많이 먹어주셔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논농업 교류회의 공동 주관인 한살림연합논살림 임종례 대표는 행사를 마무리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야기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 환경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 자연이 오염되는 상황에도 논은 스스로 자정하는 기능이 있어 수많은 생명체들을 키워낸다. 선조들이 자연과 공생하며 살았던 중심에 논이 있었다. 인간 중심으로 편의대로 개량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간섭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토종을 이야기하는 것도 조화가 깨졌기 때문이다."
'제3회 한살림연합논살림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논농업 교류회'는 유튜브(
[YouTube])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