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즐거운 균열을 만들어 내는 생태적 거점이자 공간인 '전환마을 은평'이 또 하나의 의미 있고 재미난 일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8월 26일 '은평선물경제프로젝트 01 - 숨은 로컬푸드 찾기'라는 이름으로 서울혁신파크의 퍼머컬처 공동체텃밭에서 재배한 먹거리를 보물찾기 형식으로 지역 주민들과 나눈 것입니다.
서울혁신파크의 퍼머컬처 공동체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은평기후농부들이 모여 직접 재배하고 있는 작물들을 현장에서 바로 수확해 선물꾸러미를 만들었습니다.
이 날 나눈 작물들은 모닝글로리(공심채), 깻잎, 고수, 샐러리, 스태비아, 로제, 레몬 바질, 히비스커스, 매리골드, 이탈리안파슬리, 치커리, 빅바질, 레몬버베나 등 허브류와 샐러드류였습니다. 시중에서 식재료로 구하기 어려워 이곳 퍼머컬처 공동체텃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몇몇 작물들도 있어 아주 특별하고 풍성한 선물꾸러미가 되었습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만든 선물꾸러미는 꽃으로 장식되어 보기만 해도 집어 들고 싶도록 예쁘게 만들어졌고, 랜덤으로 호박과 가지, 비트도 들어가 고르는 재미와 묵직함을 더했습니다.
선물꾸러미는 서울혁신파크 입구에 위치한 '지구를 생각하는 카페'에 놓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온라인을 통해 신청을 한 참여자들에게 먹거리가 담긴 봉투의 위치에 대한 힌트를 주고 직접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꼭꼭 숨겨둔 것은 아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나눔 받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전환마을 은평'은 서울혁신파크의 퍼머컬처 공동체텃밭에서 대기 중에 과잉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흙 속에 가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주범으로 꼽히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땅 속에 가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흙이 있어야 합니다. 흙이 살아나고 흙 속 미생물이 증가하면 흙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땅속에 가둘 수 있게 됩니다. 살아있는 흙을 만드는 데는 식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흙 속으로 공급된 영양분을 먹고 미생물들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전환마을 은평'의 공동체텃밭에서는 땅을 갈지 않고, 1년생 먹거리보다는 다년생 먹거리를 심는 순환 농업인 퍼머컬처를 통해 땅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살아난 흙에서 자라는 먹거리는 더더욱 건강하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이 날 열린 나눔 행사는 이런 흙에서 자란, 자연이 준 선물인 작물들을 지역 사회와 나누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전환마을 은평'의 핵심 모토는 '선물 경제'입니다. 우리가 먹거리로 삼고 있는 것들은 자연이 원래 다 선물로 주는 것이죠. 자연이 주는 선물로 다 함께 풍요를 누려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가 얻는 것들은 자연에서 그냥 나오는 것'이라는 경험을 사람들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이번 행사를 기획한 '전환마을 은평'의 소란 대표는 '선물'을 강조했습니다. 햇볕과 바람과 물과 흙.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받아 다시 사람들과 나누는 선물. 은평선물경제프로젝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