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서로 마음도 몸도 '얼음'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얼음’하고 있지만, 식물들은 스스로 자라고 꽃피고, 열매 맺고 있어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마당에는 분꽃, 목화, 채송화, 백일홍, 꿩의비름 등 가지각색의 식물들이 자라고 꽃을 피웠고, 텃밭에는 여름내 푸르렀던 오이 덩굴을 걷어냈어요. 텃밭을 돌보시는 이동이 할머니는 오이가 열릴 때마다 주변에 사는 분들께 오이를 하나씩 따서 맛보게 해 주셨어요. 서울에서 직접 키워서 바로 딴 싱싱한 오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그분들께 추억 하나 만들어준 셈이지요.
‘얼음’하고 있는데, 금천구도시농업지원센터 조은하 대표님에게 반가운 전화를 받았어요. 상추와 배추 모종 나눔을 한다고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흙이랑 뭐할까?' 팀을 모아야겠다 싶었어요. 기존의 ‘흙이랑 뭐할까?’ 팀과 밴드에서 신청을 받아 두 팀으로 나누어 상추 모종을 심었어요. 오이를 걷어낸 자리에는 배추 모종을 심었고, 아이들과는 재활용 화분을 만들어서 상추 모종을 심기로 했어요.
도서관 마당에 둘러앉아 안경샘이 들려주는 「상추씨」 (조혜란 지음) 책을 읽는 모습이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상추씨」는 상추의 표정을 따라가면서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에요. 각자 가져온 재활용 용기와 페트병을 잘라서 화분을 만들었어요. 페트병은 넓게 하는 방법과 물휴지를 넣어서 물받침도 되고 저면관수할 수 있게 화분을 만들었어요. 화분을 다 만들고 상추를 심으려는데 신혜가 질문을 했어요.
"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머리가 쿵!
문비가 말하길 “그건 바위가 깨지고 돌덩이가 되고~”
그래서 우린 다 같이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랄라라~"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흙을 자세히 관찰해보고 흙을 담았던 자루에 쓰여 있는 흙의 성분을 읽어봤어요. 내가 만든 화분에 흙을 넣고, 아기 다루듯 살살 상추 모종을 정성 들여 심었어요. 상추는 아직 아기인데 삼겹살 구워서 먹을 생각을 하면 흐뭇한 표정이 저절로 나오는 아이들이었어요.
내가 만든 화분에 상추를 심고,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러 나갔어요. 내 키의 네 배쯤 되어 보이는 키 큰 해바라기도 보았고,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사람~" 하면서 봉숭아 씨앗을 관찰했고, 분꽃으로 귀걸이도 만들고, 분꽃 씨앗으로 하얀 분칠도 해보았어요. 5월에 심은 벼가 1미터쯤 자랐고 하얀 꽃을 피웠어요. 빨갛고 노랗고 그러지 않아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세히 보면 하늘하늘 가느다란 하얀 꽃을 볼 수 있어요. 잎사귀도 만져보고 벼이삭도 살짝 만져봤어요. 10월 말쯤에는 벼 베기를 하고 어린이용 막걸리도 먹어보자 했어요.
이 녀석들이 말이에요~ 텃밭에 사는 식물들 얘기를 더 하려고 했더니 덥다고 했어요. 할 수 없이 도서관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만 우르르 사방치기 그려진 곳으로 가더니만 쫙~ 한 줄로 줄을 서는 거예요.
"너희들 1분 전에 덥다고 했잖아?"
"안 더워요~"
사방치기 한바탕 하고, 각자 만든 상추 화분을 들고 집으로 갔어요. 상추 잘 키워 삼겹살 구워서 냠냠~ 하는 사진이 올라오길 기대해봅니다.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2002년 9월, 금천동화읽는어른모임 ‘함박웃음’ 회원들과 뜻을 같이 하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동네 900년 된 은행나무처럼 오래오래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든든한 문화공간이 되고자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김현실 도시농부기자단(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