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에서 조금은 생소하지만 흥미롭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울의 도시농업 역사 이전의 도시농업 단체인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지난 10여 년 활동의 발자취를 결산하는 전시회를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간의 일정으로 열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도시농업에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이 있지만 전시회 그것도 한 달간 열리는 장기간의 전시회 소식은 신선했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전시회는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서울 금천구 은행나무로 45) 내의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익숙하지만 마을공동체기록관은 낯선 이름입니다. 기록관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생태적, 삶의 시작" 이번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전시회의 제목입니다. 입구에만 전시회를 알리는 작은 액자가 걸려 있을 뿐, 흔히 볼 수 있는 홍보 간판이나 걸개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무언가 좀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액자 위의 문구에 왠지 자연스럽게 납득을 하고 말았습니다. '소소한 마을전시회'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인 전시 공간입니다. 작지만 따뜻한 '마을'이 주는 정감 그대로의 공간이었습니다. 전시회는 '마을밭', '학교텃밭', '토종씨앗', '꽃차, 염색' 4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알찬 구성입니다.
2012년부터 공간은 달라졌어도 이름은 바뀌지 않은 '한내텃밭'은 연인원 1000명 이상이 농사를 짓고 있는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뿌리 같은 공동체텃밭입니다. 그 시작을 알렸던 자료들과 회원들의 수기, 직접 재배한 작물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학교텃밭은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마음속에 밭을 하나 갖게 만드는 것이 모든 교육의 기초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금천 지역의 여건상 노지텃밭을 만들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도시 속 학교의 유휴지가 소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학교텃밭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과 직접 만든 교구, 텃밭 관찰일지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만이 도시농업은 아닙니다.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는 동아리 활동으로 직접 재배한 작물을 활용해 꽃차를 만들고, 천에 염색을 해 손수건이나 스카프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도시농업의 면모입니다.
토종씨앗에 대한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관심은 끊임이 없습니다. 늘 바라 왔지만 여건상 미뤄왔던 토종종자 채종포의 꿈도 올해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회원들은 토종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토종작물을 재배하고 씨앗을 받아낼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전시에서는 그동안 재배했던 토종작물과 함께 각종 토종씨앗을 선보였습니다.
금천구 주민들에게 토종씨앗을 보여주고 싶어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와 전국여성농민회의 협조를 받아 공수해 온 토종씨앗 보관함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또 토종씨앗 무료 나눔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토종 농사로 잘 알려진 '소자농' 농부에게서 씨앗을 기증받아 전시회를 찾아오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금천구도시농업지원센터의 조은하 센터장은 "갈수록 토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개인이 토종씨앗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금천구에서 토종씨앗 나눔은 흔치 않은 기회이니 꼭 전시장에 오셔서 나눔을 받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지금이 당장 달려가야 할 때입니다.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주관 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금천구 기후행동 활동 모습들도 소식지와 영상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울시 도시농업의 원년으로 선포된 2012년 이전부터 도시농업의 씨앗을 뿌렸던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어제와 오늘이 글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있는 풍선아트는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회원은 도시농업을 통해 생명의 은인을 만난 것 같은 치유의 경험을 가졌다고 합니다. 도시농업의,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발자취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아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조은하 센터장은 코로나 19로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알릴 기회가 적어지고 있는 와중에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 전시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단체가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이라 지난 활동과 역사를 한 번쯤 결산하는 기회도 필요할 것 같았어요. 마침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에서 진행하는 전시회 공모사업을 보고 '이거구나'라고 생각했죠. 처음 해보는 전시이고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했어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다행히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남겨놨던 자료들과 매년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했던 옥상텃밭 경진대회 등을 찍어둔 영상들이 있어서 콘텐츠는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코로나 19로 못하고 있지만 매번 송년회를 열면서 한 해의 활동을 정리하는 영상도 제작한 적이 있어서 전시를 꾸밀 수 있었습니다. 토종종자에 관한 내용은 전국여성농민회와 씨드림으로부터 협조를 받기도 했고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에 맞춰서 앞으로도 홍보 영상을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계획입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도 여러모로 흥미로운 공간이었습니다. 지역의 공동체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 알리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서울에서는 금천구의 마을공동체기록관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금천구 지역의 작은 공동체부터 큰 시민단체까지 활동의 방향이나 성격이 공공성을 갖추고만 있다면 제약 없이 누구나 전시 신청이 가능합니다. 엄샛별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 PM은 공동체의 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공동체에 대해 좀 더 친숙하고 쉽게 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기록관을 소개했습니다.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은 행정이 공동체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활동가들이 스스로의 활동과 역사를 기록하고 소개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금천구 지역에는 현재 규모가 있는 시민단체나 7년 이상 활동한 단체가 2-30개 정도 있고, 소규모 공동체는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숫자만도 100여 개가 있어요. 그 밖의 작은 공동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 이웃들의 삶이고 시민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기 때문에 이 활동들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에서의 전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온라인 아카이브를 구축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열 예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직접 방문하셔서 접해보시고 더 많은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전시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생태에 관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해 주는 도시농업의 활동에 대해 시민들이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꼭 한 번 오셔서 우리 지역에 이렇게 오랜 활동을 한 멋진 단체가 있구나 하는 걸 발견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니 오랜 시간 도시농업을 지키고 이끌어온 한 단체의 과거와 오늘에 대한 경의의 마음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공동체성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점점 파편화되고 각박해지기만 한다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 같습니다. 나와 이웃, 우리 마을, 이 사회를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은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조은하 센터장은 참여의 당부를 전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금천구에 도시농업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길 바라고,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누구나에게 활짝 열린 공동체 활동이니 많이 참여하셔서 코로나 19로 위축되고 힘든 시기에 생활의 활력과 위로를 찾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와 함께 귀한 토종씨앗 나눔을 하고 있으니 집으로 가져가셔서 작게나마 화분에라도 토종씨앗을 심은 텃밭을 시작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지금 바로 달려갑니다.
왼쪽부터 엄샛별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 PM, 황애순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조은하 금천구도시농업지원센터 센터장.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