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창동역 1번 출구 앞 언더 브릿지 아트숍이 'SEED STATION(씨앗정거장) - 우주농부의 정원'으로 문을 열었다.
'SEED STATION(씨앗정거장) - 우주농부의 정원'은 2020년 8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코로나19로 침체된 미술계와 지친 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서울시-문체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는데,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서울시-문체부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전국 단위로 시행됐지만, 서울시는 서울시만의 독자적인 공모 기획과 운영 방식에 따라 시 자체 사업인 '코로나19 서울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연계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서울, 25부작;』이라는 별도의 프로젝트 명칭을 갖추고, 2020년 가을부터 2021년 봄까지, 총 반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여러 단계의 아이디어 공모와 재공모가 진행됐다.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제안한 37개소 대상지의 물리적, 역사적 특징을 기초로 해 작품 제안과 심사가 이루어졌고, 최종적으로 37개 작가(팀)가 선정됐다.
그렇게 해서 선정된 작품 가운데 하나가 'SEED STATION(씨앗정거장) - 우주농부의 정원'이다.
이 프로젝트 총괄 예술작가 권은비 작가는 "다들 그러셨겠지만 저도 코로나19로 지쳐있었고 그때 나에게 많은 위안이 되어줬고 유일하게 힐링을 줬던 것이 텃밭활동이었다. 텃밭에서 혼자 있을 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흙을 만질 때 제일 위안이 돼서 공공미술도 그런 위안을 주고,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프로젝트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권 작가는 "맨 처음 창동역 1번 출구에 왔을 때 겨울이었는데 되게 추웠다. 버스랑 택시가 끊임없이 다니고 위로는 지하철이 다녔는데,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암울한 도시 같았다. 여기가 고가 하부라 어둡고 공사하고 있어서 소음도 컸다.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공상과학영화가 떠올랐고 그럼 영화 <마션>처럼 감자를 키워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마션>도 척박한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면서 남자 주인공이 생명을 연장한다. 그런 식의 작업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했다. 한창 미국의 산업혁명 이후에 도시가 발달하면서 소로가 도심에서 월든이라는 호수로 들어가 2년 2개월 동안 오두막을 짓고 산다. 그 책에는 생태계와 자본주의 사회, 경제 등에 대해 서술되어 있는데, 그 두 가지 감자와 오두막을 모티브 삼아 여기서 시민들과 감자를 키우고 오두막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 오두막은 코로나19로 병을 앓고 있는 지구별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각이 담겼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프로젝트명이 'SEED STATION(씨앗정거장) - 우주농부의 정원'이라고 한 것이다. 여기가 고가 하부다 보니 해와 비가 들어오지 않아서 식물을 키우기가 어렵다. 주변에 상인분들과 감자를 키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식물을 키우는 게 어려워서 씨앗을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324개의 토종씨앗으로 'SEED STATION(씨앗정거장)'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324개의 토종씨앗이 전하는 이야기가 있는 SEED STATION(씨앗정거장)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324개의 토종씨앗이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방법
1. 'SEED STATION'의 324개의 씨앗들을 자세히 들여다 봐주세요. 어느 하나 똑같은 씨앗은 없답니다.
2. 준비된 돋보기로 씨앗마다의 다양한 색감, 모양, 무늬를 관찰해 주세요. 그 속의 놀라운 우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특히 마음에 드는 씨앗, 이름이 궁금한 씨앗이 있다면 씨앗의 번호를 기억해 주세요.
4. 씨앗카드가 걸려있는 곳에서 마음에 드는 씨앗의 번호를 찾아보세요.
5. 마음에 드는 씨앗카드를 찾으셨다면 씨앗카드의 뒷면을 봐주세요.
6. 씨앗이 전하는 행운의 한마디를 읽어주세요.
7. 앞으로도 오늘 만난 씨앗의 이름과 모습을 기억해 주세요.
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우선 'SEED STATION(씨앗정거장)'에 토종씨앗 324개가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토종씨앗을 어떻게 모았는지 묻자, 권 작가는 "토종씨앗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수소문 끝에 전라남도 곡성에서 토종씨앗 운동하고 있는 토종씨드림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곡성까지 직접 찾아가서 설명드리고 토종씨앗을 받아왔다. 토종씨드림에서 몇 년 동안 수집한 씨앗들이고 토종씨드림도 꽤 오랫동안 토종씨앗 운동을 하셨지만 이렇게 대량의 토종씨앗을 한 번에 주신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토종씨드림 대표께 농부들이 소중히 모은 정성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고 받아왔다"고 말했다.
'SEED STATION(씨앗정거장)'에 들어서면 반짝반짝하는 금색 벽에 324개의 씨앗과 돋보기, 씨앗카드가 전시되어 있다. 돋보기는 씨앗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용도로 비치되어 있는 것이고 씨앗카드는 씨앗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우선 씨앗은 병에 들어가 있는데 씨앗들이 들어가 있는 병은 주사위 약병이다. 코로나19 시국에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주사위 약병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코로나19 위기에 닥친 지구별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코로나 백신도 있지만 씨앗들에게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SEED STATION(씨앗정거장)'에 들어오면 병에 담긴 씨앗들을 돋보기로 관찰할 수 있는데 아무리 돋보기로 보더라도 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이 만들어 놓은 것이 씨앗카드다.
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씨앗카드 앞면은 전시되어 있는 씨앗번호와 씨앗의 모양, 색감, 무늬에 집중해서 찍은 씨앗사진이 있고, 뒷면에는 SD번호, 수집번호, 작목분류, 작물명, 영명, 학명, 씨앗이름이 적혀 있고 특별하게 씨앗이 전하는 행운의 한마디도 담겨 있다.
사진출처:Public art Dasein 페이스북
씨앗카드에 적혀있는 씨앗이 전하는 행운의 한마디는 'SEED STATION(씨앗정거장)'에 오신 분들이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소위 포춘쿠키처럼 어떤 한 마디가 적혀 있는 것이다. 내가 어느 날 여기 왔는데 11번 씨앗이 마음에 들었고 11번 씨앗카드를 뽑으면 11번 씨앗카드가 전하는 행운의 한마디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씨앗이 담겨 있는 병 아래에 씨앗이름 대신 번호로 적어 놓은 것은 바로 씨앗이름을 알려주기보다는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으로 해서 놀이처럼 즐기게 하고 싶어서다.
'SEED STATION(씨앗정거장)'에 전시되어 있는 씨앗들은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씨앗들을 빌려드리고 다시 돌려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데 쉽지만은 않다.
권 작가는 "여기에 머물고 있는 토종씨앗들은 1차적으로 자연에서 빌려 온 거고, 2차적으로는 농부에게 빌려온 거고, 3차적으로는 토종씨드림에게 빌려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씨앗을 빌려드리고 다시 받는 순환구조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빌려 드린 씨앗을 어떻게 다시 잘 받을 수 있을지, 그런 방법을 찾는 게 현재 고민"이라고 말했다.
'SEED STATION(씨앗정거장)'은 7월에 오픈하고, 기존에 이 공간을 운영했던 언더 브릿지 아트숍 작가들이 계속해서 운영을 책임질 예정이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박미경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