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서울농부는 성북어린이집의 작은 농부들입니다.
이달의 서울농부인 성북어린이집의 작은 농부들을 만나러 가는 날, 여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약간 언덕길에 위치한 성북어린이집 앞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요. 그 연못의 작은 물레방아가 돌며 내는 물소리와 푸르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성북어린이집이 여름비를 머금은 자연들로 더욱 싱그럽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텃밭 먼저 둘러보실 거죠?”
작은 농부들이 경작하고 있는 텃밭이라 해서 였을까요? 가볍게 생각하고 나선 텃밭 가는 길이 완전 등산이었습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언덕길이 산길로 바뀌고 산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성북어린이집 텃밭에 도착! 정말 텃밭농사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4~5세 17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텃밭농사를 지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성북어린이집의 교육철학
1981년에 개원한 성북어린이집은 자연을 사랑하는 어린이를 키우는데 무엇보다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의 어린이들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어서 최명숙 성북어린이집 원장은 굉장히 오랜 시간 신경 써서 성북어린이집 앞마당부터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요. 바깥놀이 할 때도 항상 자연과 인사 나누도록 해 아이들이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합니다. 더불어 성북어린이집 옥상에서 옥상텃발을 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먹을거리도 자연스럽게 친환경 먹을거리인데요. 코로나19로 환경 및 생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성북어린이집의 교육철학은 어린이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양육자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성북어린이집 작은 농부들이 일구고 있는 텃밭은 성북근린공원 내에 있는 어린이텃밭. 성북구는 매년 초 성북구 소재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텃밭활동을 지원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어린이텃밭네트워크’ 모집을 진행하는데요. 성북구 소재 어린이집•유치원 16개소를 모집하고 공개추첨으로 선정합니다.
성북어린이집은 작년에 성북근린공원에서 숲 체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성북근린공원 내에 어린이텃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올해 ‘어린이텃밭네트워크’ 모집에 참여 신청해 선정돼서 텃밭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성북어린이집은 이 텃밭에서 올해 방울토마토, 가지, 감자, 상추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요. 작은 텃밭이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작물을 경험하게 하고 싶어 꼼꼼하게 계획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어린이텃밭에는 텃밭강사가 있어 텃밭경작의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 신입 연수 때부터 자연친화교육을 강조하는 최명숙 원장의 교육철학은 바로 교사들에게도 전파되어 성북어린이집 교사들 모두 자연과 친해지고 알게 되고 공부하면서 텃밭활동은 물론이고, 텃밭과 결합된 다양한 활동, 특히 놀이활동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명존중과 건강한 삶의 태도를 배우는
성북어린이집 작은 농부들
“상추야, 코로나 걸리지 말고 잘 자라라.”
성북어린이집 작은 농부들은 자연과 인사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넘어 앞의 말처럼 텃밭 경작물에게 건네는 말들은 살짝 감동인데요. 성북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심쿵합니다. 그 말 속에는 어떤 존재하는 것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자연스레 묻어나는데요. 성북어린이집 어린이들은 다양한 사건사고 속에서 생명경시풍조가 우려되는 우리 사회에서 장황한 설명 없이도 자연스레 생명존중을 배우고 있습니다.
성북어린이집 교사분들께 “(이것 말고 또) 텃밭활동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무엇이 좋을까요?” 물으니 바로 말씀하시는 것이 “편식을 없애줘요! (웃음)”
“아무래도 아이들이 직접 경작한 작물이라 그런지 보통 안 먹는 작물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직접 재배한 것은 잘 먹어요. 아이들이 “이 상추는 내 꺼라서 엄청 특별한 상추에요!”, “우리가 키운 방울토마토는 꿀맛일 것 같아요!”라고 말해요. 또 급식에 나온 반찬이 우리가 재배중인 작물이면 “우리가 키운 거에요?”라고 물어봐요. 텃밭활동이 아이들 편식을 없애는데 제일인 것 같아요.“
이어 “재배한 작물을 아이들이 가족들과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해 집에 보내드리기도 해요. 그럼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 재배한 거라 뿌듯해 하며 가족들에게 텃발활동에 대해 얘기하고 가족들도 아이들이 키운 작물을 흐뭇한 마음으로 더욱 맛나게, 즐겁게 먹는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직접 노동하고 그 노동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배워나가는 아이들, 그것이 지금은 어떤 의미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자연스레 건강한 삶의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씨앗부터 수확까지, 텃밭에서 원내까지.
성북어린이집의 텃밭활동
보통 텃밭농사를 지을 때의 시작은 모종을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북어린이집은 씨앗에서 시작하는데요. 아이들이 씨앗부터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그 싹이 자라서 우리가 재배하게 되고 재배한 후 씨앗을 받아 다음 해에 심는 것까지 모든 단계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텃밭은 자연학습장이 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그 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것을 알게 되면 아이들의 흥분과 재미는 배가 됩니다. 어느 날 텃밭에서 무당벌레를 발견한 작은 농부들! 무당벌레를 보자마자 “진딧물을 없애러 왔나봐!” 소리칩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무당벌레의 점이 7개인 것은 진딧물을 없애주는 이로운 곤충이지만 점의 개수가 7개보다 많을 경우에는 식물의 잎을 갉아먹는 해충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우리 작은 농부들은 숲에서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무당벌레를 보면서 무당벌레인지 해충인지 이야기 하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현장학습장인 것이죠.
방울토마토처럼 수확한 모습 그대로 바로 먹는 작물도 있지만 감자처럼 수확한 모습이 달라지는 작물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수확물의 다양한 변화를 신기해 하는데요. 흙에서 나온 딱딱한 감자가 우리들의 반찬과 간식으로 식탁에 올라오는 감자로 어떻게 변하게 됐는지, 우리가 반찬이나 간식으로 먹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감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예상해 보고 실험해 봅니다. 찬물 혹은 더운물에 담아 두기도 해 보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보기도 하고, 감자를 직접 씻고 잘라 감자전도 해 먹어 보는데요. 평소에 보지 못하고 해 보지 못했던 경험들이라 아이들은 굉장히 흥미 있어 하고 재밌어 합니다.
그리고 원내에서 누에고치의 과정도 함께 지켜봐 실을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보고, 올챙이가 개구리 될 때까지 키워보기도 했는데요. 성북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생활 속 어디에서나 자연과 친해질 수 있도록 텃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내까지 연계해 다양한 놀이활동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예산 등 여러 조건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텃발활동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성북어린이집 옥상텃밭은 새롭게 재탄생합니다. 성북구에서 지원받아 옥상텃밭이 확대•조성되게 된 것!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매번 텃밭까지 왔다갔다 하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절로 반가웠습니다. 또 원내 옥상텃밭이 생기니 4~5세 미만 아이들도 가까이서 텃밭을 접할 기회가 생긴 것. 옥상텃밭이 확장되면 더욱 더 다양한 활동이 성북어린이집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최명숙 원장은 이런 텃밭활동이 더욱 더 많이, 더욱 더 많은 곳에 지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여러 조건의 한계 때문에 이런 교육과 활동이 우리 삶의, 우리 교육의 토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어요. 경쟁이 치열해요.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자연과 친해지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 활동이 필요합니다”
박미경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