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도시농업의 날을 맞아 도시농부들이 벌인 ‘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 행동’ 캠페인.
500만 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한 적이 없는데, 산업화 사회를 기점으로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는 1도 상승했다. 지구온도가 2도까지 올라가면 지구가 회복력을 잃어버리고, 멸종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금의 온도상승 추이에서 10년 이내로 지구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대안은 무엇일까? 결국 기후위기는 각종 개발과 자연 생태를 훼손하며, 개발로 치달아 왔던 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화 체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에너지의 낭비, 비닐로 낱낱이 겹겹이 과대 포장되어 있는 그럴 듯한 상품들, 거리의 휘황찬란한 과대한 광고판, 먹고 버리는 수많은 음식들과 플라스틱, 녹지의 훼손과 파괴로 만들어지는 빌딩숲은 우리가 접하는 발달된 도시의 모습이며, 삶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와 각종 상품들을 더 많이 소비하면 소비 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지금의 산업체계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의 문제와 해결의 중심에는 국가와 자본,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환경파괴와 화석연료의 소비, 이산화탄소의 과도한 배출 등 폭주 기관차 같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지구 생태와의 공존을 인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항공기와 각종 공장에서 뿜어내는 수많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잠시 줄이고 있어, 지난5월 기준 전년도 대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의 17%가 줄었다고 한다. 연말까지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전년도 대비 7%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류 미래의 생존과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 일이지만 당장 사람들에겐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기후위기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행동이 있어야 하고, 각종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 개인들에게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며, 플라스틱과 비닐의 사용을 줄이며, 육식을 줄이는 식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자원순환의 생태적 삶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도시농업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도시농업은 기후위기시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까? 식물이 갖는 기능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텃밭의 작물과 나무를 단순 비교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나 양, 열섬효과를 비교하면 텃밭을 모두 숲과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 텃밭에서 자원순환 실천으로 음식물, 낙엽, 한약찌거기 등 버려지는 유기자원을 순환시키는 활동이 도시의 폐기물의 처리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평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들의 변화다.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 기후위기에 따른 정책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기후 감수성을 갖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농업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민과 공감하는 기후감수성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소비와 경쟁, 돈 중심의 사회에서 공유, 협동, 생태와 공존하는 사람중심의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고, 이러한 삶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긴자 빌딩 옥상에 꿀벌 프로젝트가 2005년 시작되었다. 지금은 ‘하늘길 프로젝트’라 불리는 일본의 도시양봉은 양봉을 통해서 긴자의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도시의 자연공생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꿀벌이 살기위해서는 매연, 오염물질, 농약이 없어야 하고, 꽃과 같은 식물이 많은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이 사업은 긴자 빌딩정원 만들기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도시양봉을 통하여 생태도시의 꿈을 실현해 가나는 것이 꿀벌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도시농업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위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도시에서의 텃밭농사는 자연과의 교감이다. 농사를 지으면 가뭄과 폭염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민감해지고, 기후위기의 문제를 가까이서 체험한다. 자가 퇴비 만들기를 통해 자원순환의 의미를 체득해 간다. 토종운동을 통해 생물종 다양성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도시농업 실천의 현장에서,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 내는 기후감수성의 거대한 교육의 장이 텃밭에 만들어 지는 것이다.
도시농업은 흙을 살리고 자연과 공생하는 농사, 생태적 생산방법과 소비, 처리방법을 배우는 학습의 장으로 작용하고, 도시농업과 연계한 다양한 실험과 도전으로 그것을 이루어 낸다. 건강한 흙에서 난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과 도시형 농부시장을 통해 농민과의 연대, 교류를 형성해 나가며, 퇴비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원순환을 실천해 나간다. 옥상과 녹색커튼으로 회색의 도시에 녹색의 생명공간을 만들어 내며, 토종종자와 양봉을 통해 종 다양성을 실현해 나간다. 궁극적으로는 생태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도시농부를 육성하는 시민 교육의 장을 형성해 나가는 활동이 도시농업이다.
따라서 도시농업은 기후감수성을 체험하고 배우는 중요한 장이며, 기후위기 시대 삶의 양식을 바꾸는 실천의 장이다. 기후위기 시대 깨어있는 도시농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감수성을 갖게 하는 도시농업의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기대해 본다.
김진덕 사단법인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