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세미나실에서 '제2회 생명도 밥도 논이 준 선물, 생물다양성 포럼'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8월 30일(수) 코엑스에서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주관하는 '제2회 생명도 밥도 논이 준 선물, 생물다양성 포럼'이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생태전환 교육∙문화 서비스"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논의 중요성과 함께 논과 그 주변을 둘러싼 환경 속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이번 포럼을 통해 시민들과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생물다양성의 개념을 알리기 위한 교육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를 고민했습니다.
김석순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김석순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자 식량주권의 보루인 논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야 우리의 미래가 이어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이 모두 함께 지구와 농업, 교육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나누고 방법을 찾아서 각자가 아닌 하나의 목소리로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조완석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조완석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다양한 환경적 위기가 닥치고 있는 절박한 시기에 생물다양성을 모색하는 오늘 포럼은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며 "농촌과 도시 모두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의 생태계를 위해 우리 모두가 환경의 일부이며 함께 사는 삶을 위한 공동생산자라는 책임감을 재삼 인식하고 힘을 모으자"고 말했습니다.
박광래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연구원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포럼의 첫 번째 발제는 "농업의 시선으로 바라본 생물다양성"이라는 제목으로 박광래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연구원이 진행했습니다. 박광래 연구원은 먼저 수원역 뒤편의 평리들 논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멸종위기 1급 '수원청개구리'의 번식이 확인되어 친환경 경작을 통한 생물다양성 확보의 사례가 된 평리들 논은 사진 속에서 벼 반, 풀 반의 모습이었습니다. "농업에 있어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면 이와 같은 논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말한 박광래 연구원은 "과연 이것이 농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으로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며 "생물다양성은 당연히 추구되어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일반 환경과 농업 부문의 생물다양성은 관점을 좀 달리 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생물다양성의 개념을 크게 유전적 다양성,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으로 분류한 박광래 연구원은 "농업은 목적한 작물 이외의 생물은 허용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 다양성이 높게 유지될 수 없는 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광래 연구원은 "생물다양성을 농업으로 그대로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일반 생물다양성과 농업생태계 다양성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업 연구자나 생태 전문가만이 아니라 생산자, 소비자, 교육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집단 지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자문위원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두 번째 발제는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 교육 확대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자문위원이 진행했습니다. 발제에 앞서 방미숙 위원은 박광래 연구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논에서의 생물다양성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풀이 많은 곳의 생태계가 풍부해지긴 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공감을 표했습니다. 발제로 돌아와 방미숙 위원은 먼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논농사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상자논으로 논농사 체험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것을 생물다양성 교육까지 연계시키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하고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도 공공급식의 감소와 맞물려 상자논 체험 교육의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고 전한 방미숙 위원은 "뿐만 아니라 도농교류 체험 행사와 같은 현장 학습의 기회도 줄어들고 있어 관계 기관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생산자에 대한 생물다양성 교육의 경험을 전한 방미숙 위원은 "사실은 농부들이 자신의 논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며 "일단 알고 나면 농부들이 자긍심을 가지며 바뀌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생산자에 대한 교육이 가장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전환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방미숙 위원은 "여기에 더해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 더 많은 논이 만들어져야 하고, 소비자들이 생물다양성을 중시하는 쌀을 선택하는 등의 실천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며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관계 기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주제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김두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연수국장, 이형주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총장, 서은희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 사무관 ©서울농부포털발제에 이어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주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토론자로는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나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미래 농업의 네트워크 활성화"라는 제목으로 '찾아가는 농촌체험 도심 속의 학교 논 만들기' 사업을 소개하고, 참가 아이들의 변화 상황을 전했습니다. "작물이 크는 것과 사람이 크는 것은 똑같다"고 말한 주형로 위원장은 "생태든 환경이든 무언가를 강조하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두 번째 토론자로는 김두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연수국장이 나서 "생물다양성을 알리는 생태전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생태와 생물다양성 교육을 학교의 교과 과정 속에 녹여냈던 서울노원초등학교의 교육과정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벼농사 프로젝트를 가지고 국어, 사회, 과학, 미술, 수학, 창제 등을 모두 포함시켜 교육 과정 전체를 생태교육으로 진행했던 김두림 국장은 "공간이 교육 과정을 지배한다"며 "학교 공간이 생태적으로 전환되고 확장성을 가지면 모든 교육이 생태교육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세 번째 토론자로는 이형주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총장이 나서 "생애 최초 식생활교육과 생물 다양성"이라는 제목으로 지속가능한 식생활교육의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기존의 식생활교육은 인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속가능한 식생활교육은 행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한 이형주 총장은 "최초의 식생활교육은 습관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을 지도의 밑그림으로 놓고 아이들의 오감을 통한 자연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형주 총장은 "이를 위해 생애 최초의 식생활교육은 텃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틀을 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 번째 토론자로는 서은희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 사무관이 "친환경농산물 가치를 알리는 교육∙홍보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친환경 농산물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의 품질과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서은희 사무관은 "또한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이 실질적인 경제성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과 초등학교 영양 수업에 친환경 농산물 교안을 보급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대비해 우월한 가치는 안정성"이라고 전한 서은희 사무관은 "안정성을 당장 생물다양성이나 탄소중립과 같은 환경 가치로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면서 환경 가치를 친환경 농산물에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제 토론에 이어 종합 토론이 이루어졌다. ©서울농부포털주제 토론에 이어서는 토론자와 청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종합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예정되었던 포럼의 종료 시간을 넘어서까지 농민, 공무원, 시민단체 회원 등 생물다양성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가진 참가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좌장을 맡은 윤병선 교수는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은 환경 생태적 차원의 다양성을 넘어 우리 생활, 농업, 미래 세대에 걸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생물다양성의 대두가 '훼손에 대한 각성'의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면, 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다른 의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병선 교수는 끝으로 유엔 농민권리선언의 '생물종다양성 보존에 농민들의 역할이 가장 크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문구를 소개하며 포럼의 모든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