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우수와 경칩 사이, 농부들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농사의 한 해를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 도시농업단체들도 겨울잠을 깨는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그중 전국의 도시농업단체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고 있는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정기총회를 열고 지난해의 결산과 올해의 계획을 내놓으며 2023년 활동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2월 22일(수)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사단법인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의 '2023 정기총회'가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2월 22일(수)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사단법인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이하 '전국협의회')의 '2023 정기총회(이하 '총회')'가 열렸습니다. 김진덕 전국협의회 대표는 참석한 전국 회원 단체들에 대한 인사와 함께 성원 보고를 하고, 개회 선언으로 총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총회의 서기로 임진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이 지명된 가운데, 먼저 2022년 감사 보고가 진행되었습니다.
2022년 사업 감사 보고에서 민동욱 감사는 서면으로 "전국협의회는 코로나 19로 도시농업의 전반적인 활동이 약화된 가운데에도 계획했던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평가하면서, "2023년은 여러 정책환경의 변화가 구체화되는 해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전국협의회의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정책 대응을 위해 지역과 긴밀한 소통에 기반한 정책 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국협의회 운영의 내실화를 강조한 민동욱 감사는 "정책 역량의 강화를 위해서 전국협의회 사무국 강화 및 재정 자립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며 회원들의 더 많은 노력과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전국협의회 총회에서 김지형 감사가 회계 감사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이어진 2022년 회계 감사 보고에서 김지형 감사는 "2022년은 도시농업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던 해이자 전국협의회가 10주년을 맞는 해"였다며 "그에 따른 다양한 활동과 노력이 있었고, 수반된 회계 처리와 재정 집행은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소식지 발간을 하지 못한 부분 등의 미집행 사업에 대한 현실적인 예산 편성의 필요성과 함께 예산대비 회비분담금 수입이 부족했고, 계획된 인건비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을 지적한 김지형 감사는 "최소한의 기본적 인건비 마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후원자 모집과 회비분담금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전국협의회 총회에서 김진덕 대표가 사업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2022년도 사업 보고에서 김진덕 대표는, 도시농부들에게 새로운 사상적 흐름을 소개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천개의 고원 학습 강좌', 도시농업의 지난 10년과 새로운 10년을 바라보는 '전국협의회 10주년 기념 행사', 도시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역할을 도시농업법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농업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집중 토론회', 전국 단위 도시농업 회원들 간의 교류와 연대의식을 높이기 위한 '2022 전국도시농업활동가 동지(冬至)대회' 등의 사업 내용을 소개하고, 총괄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전국협의회 위상 역할의 목표를 '정책 기능의 강화'와 '네트워크 기능 강화'에 두고 있다고 밝힌 김진덕 대표는, 2022년 사업을 통해서는 전체적으로 현안과 정책에 대해 지역협의회와 회원단체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향후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2022년에는 전국협의회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자립적 운영 체계 구축'과 '기부금 모금 체계 구축'을 추진했다고 밝힌 김진덕 대표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사업 집행을 위한 역할 분담 등으로 주요 사업은 수행할 수 있었지만, 비상근 체계의 사무국 운영으로 일상적 활동의 영역인 순회간담회나 소식지 발간 등의 사업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2022년도 결산 보고에 이어 2023년도 사업 계획 보고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진덕 대표는 올해 정책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정책위원회를 활성화하는 한편 도시농업법 개정(안)을 마무리하고 도시농업혁신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네트워크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 순회 활동과 함께 하지대회, 동지대회, 민관합동 워크숍 등을 추진해 전국 규모로 도시농업단체들이 연대하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전국협의회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갖추고, 2024년 총회준위 구성 및 운영을 통해 차기 지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김진덕 대표는, 세부 사업으로는 후원회원 확대와 도시농업 내 생태전환 그룹 형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전국협의회 총회에서 백종운 (주)손수레 대표(오른쪽)와 울산도시농업네트워크가 표창장을 수상했다. ©서울농부포털총회의 모든 안건이 마무리되고 전국협의회의 지난 10년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 후,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도시농업의 확산과 발전에 이바지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시상에서 대전의 청년농부 백종운 (주)손수레 대표와 '2022 동지(冬至)대회'에서 전국의 도시농부들을 맞은 울산도시농업네트워크가 표창장을 수상했습니다.
전국협의회 총회에서 김성원 Play AT 연구소장이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총회 일정 이후에는 '도시 공유공간의 실험과 시도 - 공동체 텃밭의 사례들'이라는 주제로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특강은 파주의 살래공동텃밭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적정 기술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김성원 Play AT 연구소장이 진행했습니다. 김성원 소장은 도시농업의 실천 공간이 어떻게 공유 공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 세계의 사례와 개인적 경험을 담아 전달했습니다. 특히, 누구나 와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살래공동텃밭과 같은 협력적인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김성원 소장은 도시농부, 문화 기획자, 예술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며 협력하고 실험하는 프랑스의 알-얼반 아그로씨테, 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여는 영국의 달스턴 도시정원, 그리고 상자에 심은 유실수로 도시과수원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유니온 도시과수원과 같은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폐쇄적이지 않고 외부로 열린 포용적인 협력 관계망의 형성'이 공유 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김성원 소장은 젊은 농업 인구를 끌어들이는 모험 놀이터, 야외 주방, 공유 작업장, 고장수리 카페, 지역 공동체 창고와 창고 개방 시장 등의 개념과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농장이나 텃밭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해야 공유지로서의 기능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김성원 소장은 텃밭을 활성화시키고 공공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환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특강을 마무리했습니다.
끝으로 김진덕 대표는 "올해는 대면 활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국협의회가 나아갈 것"이라고 전하고, "특히 정책적인 부분에서나 도시농업 현장에서나 민관이 힘을 합쳐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총회의 모든 순서를 마무리했습니다.
©서울농부포털텃밭은 농부들이 각자의 힘으로 가꾸지만, 텃밭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은 연대의 힘으로 가꾸어집니다. 올 한 해도 전국협의회를 비롯한 모든 도시농업 단체들이, 늘 그랬듯 다양한 환경을 지키고 확대하는 맨 앞줄에 서 있기를 바라봅니다.
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