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제9차 지역상생 토크콘서트 개최
농업과 마찬가지로 도시농업에서도 청년의 참여가 부족하다. 농업과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난 11월 13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가락몰에서는 ‘청년이 말하는 도시농업,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농업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지역상생포럼(준)이 주최하고 식량닷컴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도시농업을 생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도시농업에 대한 생각과 청년들이 도시농업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시농업은 청년들이 해 볼만 도전”
류경원 금강나루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2011년에 귀농학교, 도시농부학교, 생태텃밭교실 등 교육사업, 텃밭분양과 논농사 등 다양한 도시농업 사업들을 벌였던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 들어가 활동가로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2013년 11월에서는 대구 안심복지관으로 이직해 ‘안심농장사업’을 4년 반 동안 맡으며 도시농업 활동을 이어갔다. 약 600평의 땅을 빌려 비닐하우스를 짓고 딸기 농사 등을 지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의 자활을 도왔다. 류경원 이사장은 그때의 경험에 대해 “돈으로만 생각하면 농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당시 류경원 이사장이 맡은 일은 도시농업 사회적협동조합을 양육하는 일이었는데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금강나루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금강나루 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농업과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에 법인을 만들고, 2017년 6월에는 30평 규모의 로컬푸드 직매장 ‘농부마실’을 개장했다. 올해는 매장 규모를 59평으로 확장했으며, 얼마 전 사회적협동조합 인증을 받았다. 농부마실은 현재 200여 명의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와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되어 주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류경원 이사장은 도시농업의 가치를 ‘통합 가능성’과 ‘확장 가능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금강나루 사회적협동조합은 농사부터 도시농업교육, 로컬푸드 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해 갔는데, 이는 도시농업이 먹거리의제, 농업농촌 의제, 식생활교육 의제, 마을공동체 의제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청년의 참여와 관련해 류경원 이사장은 “청년은 혁신과 새로움의 아이콘이라고 봤을 때, 자신이 할 일이나 사업을 찾아서 앞으로 30년 동안 할 일을 만들겠다고 계획하면 해볼 만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도시농업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청년이 농업과 도시농업에 관심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즐겁게 놀 수 있고 안정적인 환경 만들어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백종운 주식회사 손수레 대표는 대전 소재 대학에서 자투리 텃밭농사를 시작해 현재는 도시농업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도시농부다. 2010년 도시농업을 전혀 몰랐던 백종운 대표는 단지 농사가 재밌어서 대학 내 자투리 공간에 직접 텃밭을 만들고, 이후 자연스럽게 모인 대학 동료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청년들의 거침없는 도전과 지역사회의 도움 덕에 마을과 타 대학까지 도시농업을 확산시켜 대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청년, 고등학생까지 활동하는 도시농업 동아리로 성장했다.
이런 동아리 활동은 백 대표 등 몇몇 청년들이 도시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14년 백 대표 등은 도시텃밭 조성, 도시농부를 양성하기 위한 공동구매와 공동 교육을 사업모델로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도시농업에서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꾸려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러자 동료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한명씩 떠나갔다.
하지만 백동운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고 힘들어도 농사일만큼은 재미가 있었기에 몇 명의 친구를 설득해 모든 책임을 제 자신이 지는 1인 주식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백 대표는 손수레를 만들고 빌린 600백 평의 땅을 시작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농산물을 판매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유통방식으로는 절대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그는 건강한 농산물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은 직접 텃밭농사를 지어본 도시농부들뿐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상대로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100명을 모으고 다시 200명으로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꾸러미 사업은 안착했다.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다가 현재는 소유한 땅에서 농사를 지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사업과 도시농업 확산을 지향하는 운동을 결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체험농장과 도시농업 교육을 통해 도시농부를 양성하고, 그들을 ‘얼굴을 아는 소비자’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백종운 대표는 “이런 과정은 믿어준 친구들과 무모한 도전정신, 시기 등 여러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다시 하라면 저 역시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라며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히 털어왔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도시농업은 고소득을 얻을 수도 없고 편한 직업군은 아니라는 점과 도시농업 관리사가 많이 배출되지만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성장으로 인해 그들이 일할 만한 자리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도시농업은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 인식되고 있으며, 도시농업 일자리는 농사 자체가 아니 강사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백종운 대표는 즐거움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청년들에게 무턱대고 도시농업을 하라고 권할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농업은 재밌고 먹고 살만 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실제 보여주면 청년들은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들이 생업이 아니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농사와 만날 수 있어야”
3년째 텃밭을 가꾸지만 게으른 도시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린 씨는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음식공방 프로그램 매니저(Program Manager)이다.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청소년들이 진로와 꿈을 찾도록 기획하고 지원하는 공간이데, 그는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이하 세가식)’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세가식은 청소년들이 요리를 배우는 1년 과정인데, 단지 요리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지으며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돼 우리의 식탁까지 오게 되는 지를 모두 경험하는 농사요리교육이다.
세가식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밭을 만들고, 살충제와 비료,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채종까지 하는 토종씨앗 농사도 하고 있다. 정린 씨는 “직접 농사 지어 해먹는 것은 그저 건강하게 먹는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좋은 음식, 자본시스템과 농사, 지속가능한 먹거리 등의 이슈들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며, 청소년들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가식에서는 자본시스템 내의 농사, 축산업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음식과의 관계가 끊어져버린 현대인의 식생활까지 주제가 확장된다. 농사를 통해 이런 불편한 진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삶의 태도가 변하게 된다고 한다. 요리사가 요리하는 사람에만 머물러 그런 불편한 과정의 일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세가식의 또 다른 목표이다.
정린 씨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농사와 거리가 먼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말했다. 또한 농사를 농업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거나 전문농업인에만 초점을 둬서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가식의 청소년 요리사들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다른 직업이라도 다양한 새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접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가장 오래된 지혜’를 배우며 삶의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직업과 일을 농업으로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관심사, 재능, 지금 하는 일을 농사·농업과 협업하는 기회와 계기가 많이 생겨야 한다”며 “각자의 삶과 일터에서 농사가 자연스레 스며들면 좋겠고, 그러다가 누군가는 농사가 자신이 평생 함께 걸어갈 업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이창우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진덕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 이복자 경기도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 한재춘 서울도시농업전문가회 회장, 이미자 도시농업포럼 상근부회장, 신수오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분과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회를 기획한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청년혁신가를 길러낼 수 있는 사회적농업법이 신설돼야 하고, 현재 도시농업 교육에서 청년이 빠져 있는데,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등 생애주기별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승덕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