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서울농부 이주혁 도시농부(오른쪽)와 강서대학교 옥상텃밭 조성과 관리에 힘쓴 윤미영 도시농업관리사(왼쪽).
서울농부포털은 2022년 6월 ‘이달의 서울농부’에 아쿠아포닉스와 옥상텃밭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이주혁 도시농부를 선정했다. 이주혁 도시농부는 더푸른도시농업협동조합(이하 더푸른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현재 강서대학교 옥상텃밭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이 텃밭은 더푸른협동조합이 작년 농진청과 서울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정원형 옥상텃밭이다. ‘N세대 도시농부하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삭막한 옥상을 넝쿨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수직정원과 상자텃밭을 활용한 옥상텃밭 등을 조성해 직원들과 학생들의 도시농업 체험 공간이자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공간 조성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도시농업을 확산시키고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농업으로의 진로 모색을 돕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올해는 더푸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도시농업전문가양성과정 실습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N세대 도시농부하기’ 프로그램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한 윤미영 도시농업관리사는 “농업을 진로로 하는 학생들을 발굴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호응이 많아서 있어서 성황리에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종료된 이 옥상텃밭에서 이주혁 도시농부는 올해 ‘아쿠아포닉스’를 적용해 옥상텃밭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작년 더푸른도시농업협동조합은 강서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N세대 도시농부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생하는 옥상텃밭과 정원을 만들자
“아쿠아포닉스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농장을 떠올리세요. 큰 수조를 이용해서 수경재배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죠. 아쿠아와 포닉스의 합성어인데, 물고기들이 배설하는 똥을 양분 삼아서 식물들이 자라는 거예요. 그러면 그 똥은 다시 식물이 흡수하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계속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식물과 물고기의 공생 시스템이죠. 아쿠아포닉스라고 해서 어려운 건 없어요. 물고기 개체 수에 따라서 식물들의 양을 조절해주면 물고기들은 엄청나게 잘 자라요.”
그의 말대로 시설 설치는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작년에는 벼를 키웠던 큰 상자 4개에 벽돌을 받쳐 높낮이를 주었다. 그리고 각 상자에 관을 연결해, 높은 상자에서 낮은 상자로 물이 흐르도록 했다. 제일 낮은 상자의 물이 다시 높은 상자로 흐르도록 관을 연결하고 작은 모터가 달린 펌프를 달아 4개 상자의 물이 순환하도록 했다. 각 상자에는 집에서 키우던 작은 물고기 구피를 넣고, 아울러 물아카시아, 만강홍, 개구리밥, 수련, 파피루스, 부레옥잠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넣어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완성했다.
“식물을 심어놓은 이유가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서예요. 물만 있고 고여 있으면, 물고기들이 살다가 나중에 다 죽거든요. 식물들이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물을 정화해주는 거죠. 그리고 햇빛을 차단해서 수온이 오르는 것도 방지해주고요.”
기능성이 강조되는 시설이지만 보는 즐거움을 주는 작은 연못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을 보니 그의 말처럼 멍하니 처다보는 ‘물멍’에 빠질 것 같았다. 경작 활동과 정원 기능을 함께 하는 정원형 옥상 텃밭에 안성맞춤이다. 수생생물 대신에 벼나 미나리와 같은 작물을 키워도 괜찮을 듯하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옥상텃밭과 이런 아쿠아포닉스 시설의 연관성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옥상은 뜨거운 열로 경작이 쉽지 않은 공간인데,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강서대학교 옥상텃밭- 왼쪽에 보이는 둥근 수조가 이수혁 도시농부가 설치한 아쿠아포닉스이다.
아쿠아포닉스 안의 모습. 연, 개구리밥, 물아카시아, 부레옥잠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물 속에는 구피가 살고 있다.
그의 고민은 자연이었다. ‘스스로 그러하다.’ 자연은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가고 지속한다. 그는 옥상을 어떻게 자연과 같은 환경, 자생하는 텃밭과 정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옥상녹화는 식물만 심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생명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땡볕이 되면 말라 죽고, 사람이 계속 관리해줘야 해요. 산을 누가 관리하나요? 알아서 살아가잖아요. 옥상도 산처럼 스스로 자생하게 해줘야 하는데 사람이 관리해줘야 하죠. 관리를 안 하면 다 죽어버리죠. 그래서는 생태라고 할 수 없어요, 반쪽짜리죠. 그래서 제가 올해 여기다가 물을 놓은 이유가 이 물 하나로 그런 생태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면서 자생하는데, 이를 모방한 환경을 이 옥상에 조성하는 게 그의 목표다. 일단 아쿠아포닉스 수조의 역할은 분명하다. 수생식물을 자라게 하는 물고기들이 옥상텃밭의 작물도 성장시킨다.
“이 생물들이 비료나 거름을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잘 살 방법은 없을까 생각이 들어서 그게 물고기 똥이 아닌가 생각했죠. 천연비료인 거죠. 그리고 물속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어요. 그 미생물들이 흙에 들어가면 좋은 역할을 많이 해요. 흙에는 미생물이 들어가야 식물들의 뿌리가 강해지고 잘 자라거든요. 왜냐하면 불용성 양분이라고 하죠. 비료에는 식물들이 흡수하지 못한 상태로 양분들이 남아 있어요. 그 양분들을 땅속 미생물이 분해하면 식물들이 먹는 건데, 이 물속에는 미생물이 엄청나게 많아서 분해를 잘 해줘요. 여기에 있는 상자텃밭의 토양 속에는 양분이 많은데 분해를 못 해서 식물들이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물고기 똥물을 액비처럼 주는 거죠.”
그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옥상은 척박한 공간만은 아니다. 때로는 물이 풍부한 공간일 수도 있다. 비가 올 때는 제일 먼저 빗물이 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빗물을 활용하기 좋은 공간이다. 또한 강한 햇빛은 단점만이 아니다. 태양광 발전에 좋은 공간이다. 빗물과 햇볕을 활용해 아쿠아포닉스에 필요한 물과 전기를 공급하면, 특별한 수고와 에너지를 들이지 않아도 자생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조그만 시설을 갖추면 아쿠아포닉스는 물과 에너지, 영양을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시설이며, 아울러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들이 공생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공간인 셈이다.
“이 위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고 해요. 그러면 1년 내내 쓸 수 있는 전기가 만들어져요. 어차피 이 모터가 3와트밖에 안 되거든요. 태양광으로 하면 자생하는 거잖아요. 최종적으로는 수조의 물을 상자텃밭들과 연결해서 물을 주도록 하고, 상자텃밭에 충분히 물을 주고 흘러나온 물을 다시 모으는 순환구조를 구상하고 있어요. 상자텃밭에서 흘러나온 물에는 정말 많은 양분이 있거든요. 그 물을 다시 아쿠아포닉스 수조로 가져와서 분해하는 거죠.”
이주혁 도시농부는 옥상텃밭과 정원의 활성화에 대한 열의가 높다. 도시화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 공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옥상은 단점이 많은 공간이지만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희망으로 사업이 종료됐지만, 자비를 들여 아쿠아포닉스를 실험하고 있다.
“옥상에서 다양한 생명들을 키울 수 있어요. 그것 때문에 아쿠아포닉스를 넣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추가로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죠. 옥상정원이 자생할 수 있다면 건물을 지을 때 무조건 옥상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건물들이 많이 지어서 녹지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옥상을 녹지로 만들면 지구 표면적은 기존의 녹지와 똑같아지는 거죠. 그걸 위해서 노력하고 싶어요.”
그는 최근 옥상 생태계의 작은 변화에 놀라고 신기해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물속에서 볼 수 있는 물벼룩, 소금쟁이 등 10여 종의 수생생물들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아쿠아포닉스로 인해 도시의 옥상이 생물 다양성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연이 옥상에 깃들고 있다. 그는 강서대학교 옥상텃밭이 더욱 자생하는 공간이 되도록 실험하고 도전할 것이다.
최승덕 책임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