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번동주공3단지아파트의 '벌리논'에서 열린 모내기 행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
[아파트 안에서도 벼가 자란다. 강북구 번동주공3단지아파트 '벌리논']) 같은 날 바로 옆의 번동주공5단지아파트에서도 모내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비슷한 모습의 모내기일까 싶었는데,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뜻깊은 모내기 행사였습니다. 도농교류의 현장이 된 ''황새마을'과 함께 하는 번동주공5단지아파트 모내기 행사'를 보고 왔습니다.
번동주공5단지아파트 텃밭에는 '황새마을'에서 지원한 상자텃논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농부포털번동주공5단지아파트의 텃밭은 지난 2020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번동주공5단지아파트 관리사무소가 협력해 주민들과 함께 조성하였습니다. 작년부터는 텃밭뿐만 아니라 상자텃논도 설치해 논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여건상 3단지의 '벌리논'처럼 본격적인 논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작게나마 논농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 상자텃논을 설치하고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함께하며 지원하고 있는 곳은 충남 예산의 '황새마을'입니다.
모내기에 앞서 '황새마을'에서 온 윤병묵 이장, 이옥기 부녀회장, 황새연합회 영농법인 서동진 대표가 번동주공5단지아파트의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황새는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원래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흔히 번식하던 텃새였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사냥과 농약 등의 오염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다가 지난 1971년 마지막 수컷이 사냥꾼에 의해 죽고 1994년 마지막 암컷도 농약 중독으로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명맥이 끊겨 버렸습니다. 1996년 한국교원대학교가 '황새생태연구원'을 설립하며 복원을 시작했고, 2015년 10마리의 성체를 자연에 방사하며 다시 우리나라는 황새가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황새마을'은 복원한 황새를 자연에 적응시키고 단계적으로 방사할 거점으로 문화재청과 충남 예산군이 협력해 광시면에 조성한 '예산황새공원' 인근의 다섯 개 마을입니다. 황새는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살아있는 생물만 먹이로 삼기 때문에 논이 깨끗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황새마을'은 주민들과의 협의로 2015년 '예산황새공원'이 열리기 이전부터 모든 농법을 친환경으로 전환해 황새의 생태에 맞춘 환경을 조성한 예산군 최초의 친환경 농업단지가 되었습니다.
'황새마을'의 논에서 노닐고 있는 복원된 황새들. ©'황새마을' 홈페이지 갈무리이 날 모내기 행사에는 윤병묵 이장과 이옥기 부녀회장 등 '황새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에서 재배한 친환경 모를 전달하고 번동주공5단지아파트의 주민들과 함께 모를 내며 벼농사의 방법과 요령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윤병묵 이장은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때는 농약과 제초제를 너무 많이 써서 논생물이 거의 없었지만,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난 뒤 지금은 '황새마을'의 논에 260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덕분에 황새들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병묵 이장은 "황새를 지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농부로서 내가 짓는 작물들이 모두에게 안전한 먹거리가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는 친환경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소득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힘이 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두를 위해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옥기 부녀회장도 "여러 가지 조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황새나 사람이나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농작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황새도 알리고 친환경 농사도 알리기 위해 동서남북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황새마을'의 윤병묵 이장이 번동주공5단지아파트의 주민들에게 직접 친환경으로 키운 모를 설명하고 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윤병묵 이장은 "친환경 모는 두 포기 정도만 심어도 5-60개 정도의 낱알이 나오고 쌀로 만들어지는 도정률이 90% 이상"이라며 "관행농 모보다 더 강하고 생산량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농부포털번동주공5단지아파트의 주민들이 상자텃논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황새의 복원과 생태를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는 황새연합회 영농법인 서동진 대표는 "황새는 '황새마을'에서 복원하고 있지만 결국은 전국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며 "전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동진 대표는 "외연의 확장을 위해 현재 다른 지역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고, 번동주공5단지아파트에 텃논상자를 지원하고 모내기와 추수를 돕는 것도 그런 활동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교류하면서 서울의 시민들에게 황새와 친환경 농법에 대해 알리고 공감대를 넓혀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황새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그 활동을 보면서, 도농교류나 도농상생은 단순히 농작물 교환의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각 지역의 생태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전달되는 것이 진정한 교류이고 상생일 것 같습니다. 황새와 '황새마을'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황새마을'의 홈페이지(
[예산 황새마을])나 황새생태연구원의 홈페이지(
[황새생태연구원])를 방문하셔서 둘러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쩌면 황새가 곧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