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에서 '나도 우리동네 정원사' 프로그램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지난 3월 28일(목) 봄을 땅에 내리는 촉촉한 빗방울이 흩날리는 가운데 아현동 아파트 숲 속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높디높은 건물들 사이에 낮디낮은 초록의 정원이 오아시스처럼 펼쳐진 곳, 아현자연학습장에서 우리의 내면과 공동체를 가꾸는 가드닝 '나도 우리동네 정원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에서 '나도 우리동네 정원사' 프로그램이 열렸다. ©서울농부포털'나도 우리동네 정원사'는 아현자연학습장을 관리하고 있는 '봄봄 마을정원사'가 주민들과 함께 1년간 매달 2차례의 수업과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공동체정원을 가꿔가는 프로그램입니다. 2019년부터 시작해 100여 명이 넘는 정원사를 배출했고, 따로 또 같이 정원을 가꿔가고 있습니다.
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에는 다섯 가지의 주제 정원과 작은 정원들이 각자의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서울농부포털
아직은 봄이 채 들지 않아 색채는 덜한 공동체정원이었지만, 추운 겨울을 뚫고 다년생 식물들이 조심조심 싹과 꽃을 틔워내면서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서울농부포털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박신연숙 정원사의 안내에 따라 공동체정원을 둘러보며 심긴 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심고 싶은 식물들을 공부하며 가꾸어낸 정원입니다. 시작은 2017년 마포구청에서 조성한 아현자연학습장이었습니다. 1년 여 구청이 관리하던 자연학습장은 관리자가 없어지면서 방치되었고, 이에 오며 가며 지켜보던 주민들이 구청에 연락해 직접 가꾸게 되면서 지금의 소중한 공동체정원이 되었습니다. 공동체정원을 만들어내고 '봄봄 마을정원사' 단체를 통해 가꿔가고 있는 박신연숙 정원사는 정원뿐만 아니라 텃밭 활동도 활발히 하며 서울농부포털의 이달의 서울농부(
[이달의 서울농부. 박신연숙, 아현동을 경작하다])에도 선정되었던 도시농부이기도 합니다.
"텃밭 가꾸기를 오랫동안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도심에서 텃밭 공간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꽃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정원에 대해 공부를 했고, 마침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방치된 부지가 눈에 들어와서 이곳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하게 되었죠. 그게 2019년이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구청에서도 손을 놓고 있던 공간이어서 우리가 마음껏 실험하고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만나게 된 거죠."
박신연숙 정원사가 '정원사는 흙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흙의 중요성과 좋은 흙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신연숙 정원사는 직접 집에서 키우고 있는 지렁이를 보여주며 흙의 구조와 퇴비의 원리, 만드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서울농부포털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면서 먹거리를 추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꽃 보는 정원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텃밭 활동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과 꽃을 가꾸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도 쑥과 개망초를 캐서 정원사분들이 집으로 가져가실 거고, 활동하는 동안에는 늘 여기서 무언가를 수확해서 먹어요. 최근에 생태적인 농사나 정원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가장 영감을 주고 있는 게 퍼머컬처나 먹거리숲인데, 원래 자연에 가까운 것이 꽃과 나무와 작물들이 그냥 어우러져 있는 것일 테니까 당연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공동체 정원 활동은 좀 더 자연의 모습을 배우고 자연의 순환을 회복시키자는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텃밭과 정원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박신연숙 정원사가 참가자들에게 쑥과 개망초를 캐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참가자들이 쑥과 개망초를 캐고 있다. 박신연숙 정원사는 "정원을 가꾼다는 입장에서 보자면 쑥이나 개망초는 잡초일 수 있겠지만, 엄연히 우리에게 좋은 먹거리가 되는 작물들"이라며 "정원에서 먹거리를 수확할 수 있는 숲밭이 이곳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서울농부포털일반적으로 '정원'하면 어느 정도 내 집이 있고 땅이 있어야 가꿀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신연숙 정원사는 그래서 더욱 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이 소중한 공간이자 일종의 혁명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원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가꾸려면 실제로도 좀 가진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 역시 서민으로서 공공정원 같은 공유지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도시민 누구나 내 땅 한 평 없어도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고 일구면서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도시가 원래 땅이 부족하다고 하면 공공의 형태로라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이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운영되고 있고, 이 자체가 굉장히 혁명적인 실천이라고 봐요. 이런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하고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단지 아파트의 정원 자체를 그렇게 바꾸기 어렵다면 작은 단위부터라도 조금씩 시도하면 좋겠어요. 누구나 어디서나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양한 화초들이 봄기운을 받아 조금씩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농부포털아현자연학습장 공동체정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사시거나 아현동을 지나칠 일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의 치유, 일상의 활력에 더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서울농부포털김성민 기자